화당 이윤석

칼럼
IMF 위기를 극복하다 2023-07-03

  1997년 12월, 국가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 IMF 외환위기가 닥쳤다. 회사는 당시 수성점, 칠곡점 등 백화점을 잇따라 출점한지 얼마 되지 않아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있었지만, 견실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평가 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대구 종금 사건이 터졌다. 역외 모 업체가 지역 산업 발전을 위해 설립된 대구 종금 인수를 꾀한 것이다. 그 업체는 제 몸마저 못 가누는 부실한 업체였는데, 금융사를 인수하려할 때에 그 의도는 불문가지(不問可知)였다. 그러한 업체에게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은 대구 종금 탄생의 산파역을 한 지역 상공인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으며, 지역 경제를 위해서도 옳지 않았다. 그렇게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을 막고자 5백여 억원의 자금을 투입하였다. 대구은행을 비롯한 많은 지역 기업들이 우리와 뜻을 같이 하였으며 화성은 주식 공개 매수를 통해 시세보다 훨씬 큰 금액인 4만 1천원에 주식을 인수하였다. 정상적인 거래 가격 수준이 2만원 좀 넘는 정도였으나 경영권 탈취를 막기 위해서 비싼 가격으로 매수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도 어떤 지역 기업은 개인 잇속만 생각해 그 업체로 주식을 넘겼다. 오랫동안 우리 지역에서 우리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커 온 기업이 그렇게 지 역이익을 외면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 2000년 이전한 황금동 본사 전경 ]



경영권을 방어하고 난 뒤, 지역 상공인들이 모인 장소에서 “이완용은 대한제국을 팔아먹었고, 당신은 대구를 팔아먹었다” 며 그 업체 대표를 호되게 꾸짖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경영권을 지킨 대구 종금은 부실 금융기관 퇴출이라는 유탄에 맞아 상장 폐지되었고,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되고 말았다. 당시 대구 종금의 돈을 빌려 쓰던 지역을 대표했던 큰 기업들과 많은 중소기업들이 부도가 나면서 눈덩이처럼 쌓인 부실 채권이 대구 종금을 파산에 이르게 한 것이다. 외환 위기 하에서 30~40%대를 오르내리던 살인적인 고금리를 잘 버텨 왔으나 대구 종금을 비롯한 지역 금융사에 투자한 자산의 막대한 손실, 내수 부진에 따른 급격한 매출 감소 등으로 어찌할 수 없이 우리 회사도 구조조정을 하게 되었다. 아픈 가슴을 안고 사랑하는 직원들이 정들었던 직장을 떠나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남아 있는 직원들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회사에서 보유하고 있던 많은 투자 가치가 있던 유가 증권과 부동산을 처분해 대출금을 갚았으며, 내 개인 재산도 회사에 증여하였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4천억 원의 차입금을 갚았다. 당시에 쟁쟁한 지역의 기업들이 쓰러지면서 지역 경제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대구 종금을 비롯한 지역 기업의 자금원이었던 대동은행, 영남종금, 경일투자금융 등이 하나, 둘 문을 닫았고, 전국 70위권에 4개 회사나 들어있으면서 크게 명성을 얻었던 지역 건설업체가 지금은 겨우 하나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역 업체가 있던 자리는 지금 호남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고 건설명문지역이라는 이미지가 많이 퇴색되었으니 그 안타까움이 크다. 위기와 기회는 언제든지 다시 올 수 있다. 다시는 그러한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지역 산업의 내실화와 고도화 그리고 선도 기업 육성 발굴에 지역과 기업이 합심해 나가야 하겠다.